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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 10원

내 생애 최초의 상금이 된

10원 짜리 지폐 한 장

 

 

나이 육십이 내일 모레인데 한글날이다 보니 옛 추억이 떠오른다.

 

태수야!

너 국민교육헌장 외운다면서. 한번 해 봐. 형이 돈 십원 줄게.”

 

오남매 막내인 나는 큰 형과 무려 열 세살 차이가 난다. 그러니 여섯 살 되었을 때 이미 큰 형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큰 형 친구들이 우리 집에 우르르 놀러 오면 친구들은 어머님이 재봉틀을 돌릴 때 앉는 의자 위에 작은 나를 올려 세워놓고 국민교육헌장을 외워 보라고 성화였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던 1971년 그 시절엔 학교에서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도록 했던 것 같다.

 

형제들이 여럿이었으니 그 덕에 한글을 일찍 떼었다. 형 친구들은 또래 아이들에비해 키는 작고 아직 초등학교 입학 전인데도 국민교육헌장을 다 외우는 꼬마가 마냥 대견스럽고 귀여웠나 보나.

그날도 형들의 테스트는 이어졌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랑스럽게 줄줄이 큰 소리로 외웠다. 그러자 상관이 형이 주머니에서 십 원짜리 지폐를 꺼내 내 손에 쥐워 주는 게 아닌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곧장 동네 구멍가게로 달려가 과자를 사 먹었을 것 같다.

 

한글을 일찍 떼고 말도 잘하니 가족들은 물론이고 동네 어른들도 나름 공부를 잘 할 거라는 기대를 했으리라. 하지만 한글을 빨리 익힌 것이 학교 성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공부로 일등을 하거나 우등상을 받아본 적은 없었으니까. 글짓기나 웅변으로는 여러 차례 상을 받았던 기억은 난다.

 

중고등학교 시절 유난히 국어 과목을 좋아했고 문학 서적(소설)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신문사 잡지사에서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이 됐다. 그리고 어느새 머리 희끗희끗한 장년이 됐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누구보다도 더 세종대왕님께 감사했어야 했다. 일찌감치 한글을 익힌 덕에 여섯 살에 상금 십원도 받았고 지금은 글쟁이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