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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들로 인해 내가 산다”
수다쟁이들 선생
2023. 1. 6. 23:14
어찌 생명력이 저렇게도 강할까?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물을 먹지 않아도 풀이 죽거나 지친 모습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니 새순이 다시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4년쯤 키운 이 녀석 참 신통방통하다.
공기 유해물질 저감과 공기정화효과가 탁월한 식물로 알려진 ‘스킨답서스’! 우리 집 거실엔 두 개의 스킨답서스 화분이 있다. 본래 키우던 터줏대감과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가지를 잘라서 1년 전부터 다른 화분에서 키운 이를테면 2세 녀석이다.
1세대 스킨답서스는 하나의 화분에서 세 줄기가 자라서 각각 길이가 3미터 이상은 된다. 한동안 서재의 책장 위에서 키우다가 무섭게 자라나는 기세를 감당하지 못해 거실로 옮겨 한쪽 벽면을 장식해 놓았었다. 이를테면 플랜테리어를 시도해본 것. 하지만 이 또한 1년을 가지 못했다. 쑥쑥 뻗어나가는 그 속도가 마치 온 집안을 다 잡아먹을 듯하니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했다.
새로운 방법을 사용했다. 11월 베트남 다낭 여행 시 한 카페에서 보았다. 대형 화분에 굵직한 기둥같은 고목을 세워놓고 스킨답서스가 그것을 휘감으면서 올라가듯 자라는 모습을. 귀국 후 곧바로 벤치마킹을 했다. 여름내내 잠 잘 때마다 다리를 걸쳐놓았던 죽부인을 항아리 위에 세워 고정시키고 이 녀석들로 테두리를 마구 감아 않았다. 이제야 녀석의 기운을 조금 꺽어 놓은 듯하다. 물론 여전히 진한 초록색 이파리를 뽐내며 ‘이 집 거실의 주인은 바로 나요’라고 하면서 여유만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세 녀석은 작은 바구니 속에 화분을 넣고 줄기를 바구니 표면을 치장하듯 길 줄기를 감아놓았다. 화분에서 한줄기만 자라서인지 굵고 한결 더 강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스킨답서스! 얼마나 생명력이 질기면 ‘악마의 덩굴(Devil's Ivy)’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었을까?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기와 물을 마시고 사는 녀석들은 이제 내게는 그냥 식물이 아닌 반려식물이 돼 버렸다. 기분이 조금 우울할 때나 일에 지쳐서 어깨에 힘이 빠질 때도 이 녀석들을 보노라면 마음의 여유와 힘이 생겨난다.
“그래 나도 너희들처럼 몸도 마음도 굳건하게 유지 할거란다. 너희들이 꽃을 피우지 못한 한을 내가 대신 풀어주기 위해서라고 오늘도 또 내일도 내 삶에 최선을 다해보련다. 나를 지켜보는 너들로 인해 나는 내가 산다”
스킨답서스: 영어로는 ‘Golden Pothos’라고 불린다고 한다. 생명력이 매우 강해서 물을 제때에 주지 않아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자라는 데다 관상용으로 적합해서 식물 키우기 초보자와 궁합이 잘 맞는 식물이다,
문학은 창수북 출판도 창수북
신간 <후회하지 않을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