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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속의 어머니

수다쟁이들 선생 2023. 5. 2. 17:47

카네이션 속의 어머니

 

중고등학교 시절 5월초가 되면 서울에 있는 작은 누이로부터 편지가 왔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꼭 달아드리라는 당부가 적혀있었다.

10대 철부지 사내 녀석이니 자칫 잊을까 싶어서였던 것 같다.

 

산골벽지라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교 인근에서 자취생활로 보냈기에 주말에만 집에 가는 식이었으니 어버이날이 다가오기 전 주 토요일엔 카네이션 두 개를 사들고 집에 가곤 했다.

그 시절에도 생화는 있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녀석은 조화를 사서 행여라도 구겨질까봐 봉투에 넣어 조심스럽게 가져가곤 했다.

 

어느 새 59세의 예비노년이 됐다.

동네 산책을 하던 중 편의점 앞에 놓인 작은 카네이션 바구니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카네이션속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23년 전 72세로 생을 마감했던 오남매의 어머니! 이제는 생화로 큰 바구니째 사다 들일 수 있건만 부모는 자식이 효도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오늘 또다시 ‘살아계시는 동안 효도해라’는 말이 가슴속으로 스며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