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튀르키예를 걷다5-_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
수다쟁이들 선생
2024. 2. 12. 22:50
"니들이 사과 맛을 알아?"
광고 카피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2024년 1월 9일 오후 세시!
이스탄불 공항 체크인 라운지 서편 모서리 흡연실 앞 카페 ‘EAT&JOY’.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서 테이블에 올려 놓고 자리를 잡았다. 탑승시간이 아직도 두 시간 반은 남았으니 여유만만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프리 와이파이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
마음이 편안해지니 뱃속에서 꼬르륵 신호가 온다. 간식으로 준비한 비스켓을 커피와 함께 먹지만 포만감 이전에 그저 밋밋하다. 이때 민박집 현숙 사모님이 싸 주신 사과와 귤이 들어있는 봉지를 꺼냈다. 과를 한 입 무는 순간 그야말로 입 안은 달콤한 행복이 시작된다. 주먹 반만한 작은 크기 이지만 과즙이 풍부한 튀르키예의 사과의 자존감을 한껏 발휘한다.
오! 바로 이 맛이야 ㆍ
주변 사람들의 눈치 따위는 볼 일이 없다. 게 눈 감추 듯 한 개를 다 먹고 나니 뱃속이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이제는 귤을 하나 까서 입에 넣어본다. 달콤새콤 입안이 개운해진다. 비스켓 ,사과,귤 이쯤되면 간식으로는 과하다 싶을 만큼 포만감이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출국장 들어가기 전에 드세요. 공항 물건 값이 좀 비싸야죠”
사모님의 말을 떠올리면서 감사함을 또 되뇌인다.
이스탄불에 머무르는 동안 마치 내 형제 집에 있는 것 못지않게 편안하고 입이 심심할 틈 없이 먹거리 이야기 거리가 이어졌었다. 귀국 전날 밤 작별을 앞두고 부부와 함께 한 와인 파티에서 이스마엘씨가 요리해준 생선튀김은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했을 정도였다. 몇 시간 전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 픽업을 해준 것도 모자라 티켓까지 끊어주었다.
예전에 점쟁이들이 똑같이 하던 말
“태수는 인덕을 타고 났어”
라고 전하던 엄마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현숙사모님 부부와 5년 만의 만남을 마무리하는 작별이 못내 아쉬운지 아침부터 내린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하지만 칙칙함이나 서글픔, 안타까움의 비는 아닌 듯 싶다. 또다시 우리가 만날 그날의 씨앗을 튀워줄 단비같은 비가 아닐까.
오늘 이곳에서 먹은 한 알의 사과는 이스탄불과 현숙사모 내외를 기억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이리라.
*튀르키예 여행기는 12편까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