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자서전 특강_ 읽고 생각하고 쓰는 박 작가의 자서전 ⓵_ 대들보를 어떤 것으로 할까?

수다쟁이들 선생 2025. 2. 5. 14:03

자서전 특강_ 읽고 생각하고 쓰는 박 작가의 자서전 작법

_ 대들보를 어떤 것으로 할까?

 

 

“뭘 말하려고 하는 거야?”

“이 책 왜 쓴거지?”

 

누구나 자서전을 펴낼 수는 있다. 다만 출간 후 독자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 자서전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다시말하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처럼 크게 내세울 게 없으니 그저 자기 살아온 얘기를 일기장처럼 평이하게 늘어놓은 글로 평가받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어느 해이던가. 정치계에 발을 내딛으려는 분의 자서전 기획과 집필을 도울 때 그의 가족, 학창시절, 직장과 성공적인 승진 등등 다섯가지의 큰 갈래를 놓고 서로의 의견이 부딪혔다. 그는 성공담을 극대화시키고 그걸 전면에 내세우려 했고 나는 ‘왜 정치인이 되고 또 어떻게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를 강조하라고 하면서 일어난 갈등이다. 결국엔 그가 내 의견에 따라주면서 책은 잘 완성됐고 출판기념회도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몇년 전 작고한 어머님에 대한 자서전을 쓸 때 어머니의 헌신적인 자식과 손주 사랑에 대해 먼저 우리 오남매와의 다양한 일화를 통해 풀어놓은 후 그 다음은 손자 손녀들이 기억하는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펼쳐놓았다.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이 자식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사회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만들려는 어머니의 강인한 의지와 무한 사랑에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앞서 말한 책 두 권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그건 무엇일까?

바로 대들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한옥건축가가 아니다. 그러니 한옥 건축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다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고 들은 애기는 한옥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들보’라는 것이었다. 대들보는 ‘집을 받치는 가장 큰 들보를 말한다. 한옥을 지을 때 목수도 집주인도 ’상량식‘이라는 것을 매우 중시여기여 가능한 성대하기 치르려고 한다.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이 의식을 중요시여기는 이유는 흡사 출판 기획 시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할 대들보(핵심소재)를 명확하게 세우는 일이나 다름없다.

 

누구나 자서전을 쓸때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한없이 다 풀어놓고자 한다. 살아가는 동안 한 권의 자서전을 남기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만큼 그 심정이야 이루 헤아리고도 남는다. 다만 자서전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인생이야기인 만큼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그 핵심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으로 대들보를 얹고 여러 개의 목재들이 그 대들보를 받쳐주는 구조를 만들듯이 다른 인생사들을 기둥과 서까래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