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장수하고 싶다면 그들처럼

수다쟁이들 선생 2020. 2. 10. 00:32

장수하고 싶다면 그들처럼

 

 

 

“이이구. 내가 빨리 죽어야 하는데. 자식들 고생 안하게 하려면..,”

우스갯소리로 노인들이 잘 하는 거짓말 중 하나란다. 통증이 심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몸부림치는 극한 상황의 환자가 아닌 이상 누구든 빨리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소망한다. ‘백세시대’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 시대이다 보니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바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돈은 아무리 많아도 장수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다. 한시적으로 수술이나 치료를 통해 수명을 연장시켜줄 지는 몰라도 돈이 장수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사는 아니다. 내 나이는 오십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가는 사람이다. 그러니 장수를 위해서는 이런 게 필요하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수 얘기가 나오면 한마디씩 거든다.

“먼저 마음의 짐이 없어야 한다. 걱정과 스트레스가 장기간 몸을 지배하면 없던 병도 나타나는 게 우리 몸이다. 두 번째는 나이에 상관없이 꾸준히 몸과 머리를 움직이게 되는 어떤 관심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며 일상을 함께 할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이쯤 되면 어디선가 많이 듣던 얘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인생 60도 살지 않은 내가 장수에 대한 무슨 노하우가 있다고 새로운 무병장수설을 내놓겠는가? 시니어 방송에 참여하면서 그들과 관련된 인터뷰를 하고 글을 쓰면서 나름 가장 단순하고 가장 쉽게 정리를 해본 장수론이다.

세계 곳곳에 일명 '블루존' 이라고 하는 곳들이 있다. 암과 치매 발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일컬어 ‘푸른지대’ 즉 블루존 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 일본의 오키나와, 파키스탄의 훈자, 에콰도르의 빌카밤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로 알려져 있다. 이중에서도 ‘오키나와’하면 오래전부터 세계적인 장수마을로 유명하다. 이곳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를 식습관으로 볼 때는 전통적으로 소식하고 풍부한 해조류와 두부를 많이 먹기 때문이며 인간관계로 볼 때는 가족 간의 화목함은 물론이고, 지역 내 사람과 사람들의 밀접한 교류라고 한다.

장수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을 보면 도시가 아닌 자연으로 둘러 쌓여 공기 좋고 흙을 밟으며 생활하는 시골이라는 점이며 지형적으로는 험준한 산악지대보다는 기복이 완만한 낮은 산이나 언덕들로 이루어진 지형인 구릉이 형성된 지역이다.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 적당히 걸으면서 활동할 수 있는 지형인 셈이고 이런 곳에서 야채나 과일 정도는 소일거리로 가꾸어 자급자족하며 마을사람들과 어우러져 소통을 즐기는 삶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중장년기를 거치면서 활기찬 삶을 보내기 위한 가장 필요한 건강관리 방법으로 운동을 강조하며 이를 추구한다. 주기적으로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에서 집중적으로 해야만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말 그럴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운동은 언제 어디서나 도구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걷기다. 호주의 생체학자 캐빈 네토는 시속 4~6㎞ 속도로 하루 30분 이상 걷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이 된다고 말한다. 미국 당뇨병 학회도 하루 30분간 걸으면 혈압을 11포인트 낮춘다고 했다. 이외에도 그간 십 여 년 이상 각종 건강 관련 자료에는 주3-4회 하루 20분 이상만 걸어도 심장 질환 발생 가능성을 30% 낮출 수 있다는 이론이 공공연하게 발표됐다. 쉬운 말로 핼스기구를 이용해 몸을 열심히 움직이는 운동을 하거나 장시간 걷기를 하면 멋진 근육이 생기고 다리 힘이 더 강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장수의 비결은 아니라는 얘기다.

내가 일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걷기 운동마저도 할 수 없을 때이다. 직업특성상 앉아서 컴퓨터 자판과 씨름을 하는 일이 많다보니 어떤 시기에는 며칠 동안 잠 자고 먹고 원고 작업 하는 날의 연속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오분 정도만 걸어 나가면 산과 들이 있는데도 하루 30분을 걷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에잇 거짓말, 삼십분도 여유가 없다는 거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내 입장을 합리화시킨다면 ‘마감에 쫒기다보면 잠이 부족하고 자고 나면 마무리 해야할 원고가 쌓여 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다’는 말 뿐이다.

걷고 싶어도 밖으로 뛰어나가고 싶어도 원고작업의 노예가 된 듯한 상황일 때 스트레스가 쌓인다. 가능한 이런 날들이 많지 않도록 하려고 나름 시간 디자인에 노력을 기울인다. 건강하게 살면서 나도 행복하고 이웃과 후세들에게 모범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노년을 보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블루존 같은 전원생활이 아닐지라도 건강한 생활습관과 식습관 그리고 걷기와 소통만 잘 유지한다면 백세시대는 누구에게나 선물이 될 것이다. 단 이건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당신의 노년기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시기하고 돈벌이에만 눈이 어두운 일상이 된다면 장수는 아예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으리라.

    


-신간 박창수 작가의 <유쾌하게 인생을 즐기는 53가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