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황금인생' 1- 대학생 이경희(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마지막 학기 공부 중,
곧 학위 받게 돼 설레요”
“이번 학기만 마치면 꿈에 그리던 학사 학위를 받아요. 설레임 이라고 할까요. 졸업을 5개월 앞둔 지금 제 마음이 그래요”
올해 71세인 이경희씨. 두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 손녀를 둔 그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100세 시대 공부 열풍에 따라 늦깍이 학생이 된 시니어들이 적지 않긴 하지만 그로서는 누구보다도 대학교 공부를 잘 마치게 되는 만족과 기쁨이 남다르다. 70대 라는 나이도 그렇지만 늘 공부에 목말라하면서 도전과 도전을 거듭해온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제 또래의 많은 여성들이 원하는 공부를 하지 못했어요. 저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40대 중반시절부터 일을 하고 두 아들 키우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죠. 고입, 대입 자격을 검정고시로 취득하고 유아교육 자격증을 취득해 어린이집 교사활동도 했죠.”
4년 전 이었다. 두 아들이 결혼한 후 현업에서도 손을 놓았다. 오래 전부터 취미생활로 즐기고 싶었던 글쓰기에 입문하려고 지자체 글쓰기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이 68세였다. 손에 익지 않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수필 한 작품을 완성하느라 밤잠을 설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작품 탈고를 위한 인고의 시간보다 맞춤법, 띄어쓰기, 표현방법 등의 국문학적 기초와 소양에 대한 부족함 이었다.
“공부를 더 할까 하고 망설이던 중 큰 아들도 적극 권유했어요. 무엇보다도 방송통신대는 한 학기 서 너 과목만 이수하면 졸업기한에 연연하지 않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으니 도전하라고 하더군요.”
늦게 뛰어든 대학공부였기에 긴장도 되고 겁도 났다. 그의 무기는 두 가지밖에 없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선행학습에 들어가고 같은 강의를 번복해서 듣고 또 듣는 것. 어린 손녀를 돌봐주며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교양영어 과목은 그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같은 방송을 수십회 반복해서 들으며 집중했다. 노력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그의 인내와 열정은 젊은층도 한 두 번씩 휴학하지 않고서는 계속 이어가기 어렵다는 4년을 단 한학기도 쉬지 않고 또 단 한 과목도 과락 없이 4학년 2학기를 맞이하게 했다. 되레 성적이 우수해 거의 매학기 장학금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가족들의 힘이 컸어요. 남편은 제가 거실 책상에서 공부를 하면 소리없이 방으로 들어가 나오질 않았죠. 두 아들도 응원해줬고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손녀는 ‘우리 할머니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신다. 밤에도 새벽에도 하신단다’고 친구에게 자랑을 합니다. 사돈까지 저의 만학을 칭찬해줄 정도로 온 가족이 저의 응원단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죠”
대학과정 공부를 통해 도전의 기쁨도 만끽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글쓰기를 위한 기초가 다져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져서 흐믓하다는 이경희씨. 그는 요즘 서재에 꽂힌 책들만 보면 한결 더 뿌듯함에 젖어든다고 한다. 그간 배운 교과목 도서와 부교재는 물론이고 교양, 문학, 사회 관련 다양한 책들로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었는지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을 정도라고.
졸업 후에는 계속 이어온 습작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작품 활동에 집중할 작정이란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늦은 때란 없다는 말 제가 직접 해보니 맞더라구요. 아직도 못한 공부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은 분들은 지금 당장 도전하세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 저는 실감했습니다. 빨리 도전하세요”
* 이 인터뷰는 저자가 2021년 잡지 <피플365>에 기고했던 원고로 인터뷰이였던 이경희씨는 학교 졸업을 하고 지금은 작가의 길을 향해 묵묵히 글쓰기에 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