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제주! 내방식대로 걷다 1- "그냥 걸었어"

수다쟁이들 선생 2022. 4. 27. 08:57

"가다보면 어느새 그 바닷가 바닷가. 귀에 익은 그 목소리 ....,"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터벅터벅 걷다보면 목적지가 나타난다. 호들갑떨며 아니면 반갑다며 나를 기다려주는 이 하나 없다. 그렇다고 쓸쓸해 할 일도 해외여행에서의 이방인처럼 당황할 것도 없다. 제주이니까.

제주에 가서 길을 걸었다고 하면 다수의 그들은 묻는다.  

"올레길 걸었어요?"

"몇 번 코스가 좋던가요?"

정해진 코스를 지도 보면서 찾아다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니 이런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다. 수힉을 지독하게 싫어하고 또 과락수준 이었던  나는 정해진 틀을 거부하는 편이다. 그냥 내 방식대로 나 만의 선택에 충실하려는 성향이 짙다. 좋게 말하면 자유주의자이고 막말로 하면 그야말로 개취가 지랄(?)같다. 

"저요? 저는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걸어요. 사거리에 서서 가장 먼저 신호등이 떨어지는 쪽으로 걷는다던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눈에 들어오는 신선함이 있으면 그냥 내려요. 그리고 걷는 거예요"

최근 두 차례의 제주 방문을 통해 스스로 개척한 나 홀로 걷기 코스는 7-8개쯤 되는 것 같다. 5.16도로 서귀포시 진입로, 한라산에서 성산으로 향하는 도로, 정방폭포 위를 지나는 해안도로 등등. 사전에 폰에서 지도를 한 번 보고 대충 코스를 정하기는 하지만 그대로 따라 간 적은 극히 드믈다. 출발은 그리 했을 지 몰라도 걷기의 끝 지점은 항상 예상했던 곳과는 다른 곳이다. 하지만 단 한번도 후회하거나 낭패감에 빠져든 적은 없다. 찾아간 모든 곳이 첫 만남이었으니 설레임이 있고  걷는 내내 눈이 호강을 했으니까. 

"계획도 없이 목적지도 없이 게다가 알려진 걷기코스도 아닌데 겁도 없이 왜그렇게 걸어요?"

"그러게요. 제가 40대 때 유럽 도시들을 구석구석 뒤지듯이 걸어 돌아다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갔나봅니다. 이제는 못할 것 같았는데 아직도 그 똘끼(?)를 버리지 못했네요"

용감하면 무식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계획으로 무작정 걷기를 즐기는 나. 정말 왜 그럴까? 딱히 뭐라고 말하기까지는 어설픈감이 있긴 하지만 나름 나 만의 그 어떤 이유는 있다. 그것은 내가 찾고 즐기는 걷기의 색다른 매력 때문이 아니겠는가. 

 

* '제주! 내 방식대로 걷다'는 계속 시리즈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