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가 ‘뒷 담화’로 누군가를 평할 때 “사람 쉽게 안바뀐다”, “사람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이 말을 다시 해석해보면 오랜 세월동안 길들여진 언행이나 습관은 쉽게 바뀌어지질 않는다는 것. 그러니 누군가 잘못을 지적하고 꾸짖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는 말이다. 나이들수록 고집이 세지고 자신 위주로만 살아가려고 한다는 소리도, 우리 주변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일수록 먼저 나를 들여다보지 않고, 남을 탓하거나 바꾸려고 한다.
나 스스로 나를 바꾸는 것은 온전히 자의적인 일이니까, 아무래도 상대를 바꿔놓으려는 것 보다는 한결 쉽고 빠를 수 있다.
중장년층 노년층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길러진 습관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정작 본인은 잘못된 것인지 조차 모른다. 누군가의 지적만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는 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똑같은 말을 한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잖아”, “저 친구 안바뀌어”
이 정도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너는 왜 그래?”, “너 나이가 육십 넘었어”
논쟁과 싸움의 시작이 된다. 차라리 나 자신 먼저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들여다보고, 나를 바꾸는 게 빠른 이유다. 누군가의 언행과 잘잘못을 지적을 하기 이전에, 차라리 매사에 내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양보를 하고, 또 나도 모르는 내 습관이나 언행을 바꾸는 게 현명하고 빠른 길이다. 그리하면 내가 바뀌어지길 원하는 배우자, 가족, 친구도 서서히 변화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기 안의 흠은 잘 들여다보지 못한다. 상대에게 불만이 생기거나 지적을 하고 싶어질 때 먼저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다. 내가 누군가를 지적하는 순간, 상대가 보기에는 나도 잘못된 언행이라던가 안 좋은 습관이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그렇다.
“밖에 나갔다오면 손발 씻으라고 말했지”
“엄마도 아까 밖에 나갔다 와서 안 씻었는데, 왜 나한테만 그래요?”
그럼 나를 먼저 바꿔보는 것 어떻게 해볼까? 몇 단계로 나뉘어서 풀어보자.
1단계는 ‘가까운 이들의 말에 경청하고 나를 들여다보자’
가끔씩 소통이 잘되는 친구나 선후배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너도 이런 습관이 있더라”, “너도 그런 말투가 자주 나오는 편이야” 이런 말을 듣는다.
사실 나도 몇 년 전에 ‘다른 사람에게 대놓고 지적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나 자신도 그런 습관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런데 친구와 친한 선배가 하는 말이,
“네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너무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2단계는 ‘자신의 대화 시 습관이나 표현법을 바꿔보자’
1단계에서 자성의 시간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 답을 얻게 되었다면 내가 어떻게 변해야 겠다는 생각이나 다짐이 생겼을 것이다. 예를 들면 자녀들에게 잘못을 나무라고 할 때
“너는 늘 그런 식이야”라고 말했던 표현법이, 자녀들의 귀에는 즐거운 소리로 들리지 않았을 테니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터이다.
그렇다면 “우리 애는 왜 그런 식으로 대답할까?” 이렇게 생각해보고, 아이에게
“그래 알았어. 그 문제는 너도 아빠도 각자 시간을 갖고
생각 좀 해보면 더 좋은 방법이 나오겠지”라고 말하면 된다.
3단계는 ‘행동에 있어서 나의 오래된 습관이나 잘못된 습관을 찾아보자’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상대에게서 어떤 반응이 부정적으로 일어나려면, 분명히 그럴 만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흔한 예로, 술 좋아하는 남성들의 경우 퇴근 시간 무렵에 전화를 걸면, 배우자로부터
“오늘도 늦는다구? 또 술이야” 이 말을 먼저 듣게 된다.
이쯤되면 남편은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하냐고 불쾌해 하기도 하고, 아니면 나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배우자의 대응에 기분 상해 하곤 한다. 이런 경우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자신의 습관을 스스로 바꿔보려는 노력을 해보자. 상대의 부정적인 반응도 이미 반복된 경험에서 비롯된 거니까. 또 부득이하게 늦을 경우에는 미리 문자메시지라도 보내서 자세한 설명으로 입장을 밝히면 좋지 않을까?
4단계는 ‘탓하지 말고, 나무라지 말고, 무조건 Yes로 대하자’.
우리가 대화할 때 ‘yes’. ‘그래’ 라는 긍정을 앞세우면 상대와의 대화가 무난하게 이어진다.
‘그래’, ‘그랬어’, ‘그랬구나’ 이런 맞장구는 상대를 이해하거나 호응해주는 대응법이다.
하지만 “왜?”, “또”라는 대응은, 그 자체가 불만과 부정을 내포하고 있어서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설령 뭔가 동조하기 힘든 내용이라도, 일단 상대 말을 들어줄 때는 ‘어, 그래’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게 좋다. 상대가 의견을 주문할 때 그때 내 생각이나 견해를 피력하면 좋겠다.
산다는 것은 늘 관계의 연속이다. 누군가와는 인연을 맺고, 또 그 인연을 잘 유지해 나가는 게 아름다운 삶. 때로 나와 다르다고 해서 송곳처럼 지적하고 또 가르치려고만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