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이맘때 쯤 도시 외곽의 한적한 마을을 돌며 집을 구하러 다녔다.
나이도 몇 년 후면 60이 되니 조용하면서 옛 고향 같은 느낌이 나면서도 서울로 가는 교통편까지 나름 좋은 곳을 만나고 싶었다.
에닐곱 집을 둘러보았지만 매매가격의 부담 보다도 썩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다.
이 집 저 집 3일씩이나 돌아다니느라 부동산 실장이 지쳐갈 즈음 들렸던 고양시 외곽의 작은 동네, '여무시마을'.
빌라촌 한 켠에 원주민 집인 듯한 한옥 담장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아니 이럴수가 "
그저 보는 것 많으로도 가을의 풍요와 여유를 만끽하는 눈 호강 그 자체였다.
그 집의 사과 때문 이었을까?
사과나무가 있는 집에서 불과 50여미터 인근에 있는 빌라 3층이 내 마음을 잡아당겼다.
게다가 이사를 빨리 오는 조건으로 협상 끝에 몇 백 만 원을 더 다운시켜 구입했다.
그리고 11월 5일 이사를 왔다.
어느새 4년의 시간이 흘렀다. 해마다 봄부터 늦 가을까지 그 집 담장의 사과나무를 보면서 계절의 선물을 느끼고 전원의 쉼표를 찾곤 한다.
'시원찮은 결실을 맺으면서
금사과'로 불리게 된는 농장들의 사과나무들과는 달리
올해도 어김없이 그 집의 사과나무엔 두 손으로 감싸안아야 할 만큼 큼직하고 맛스러워보이는 사과들이 어림잡아 100여개는 족히 달렸다. 보는 즐거움, 마음으로 먹는 달콤한 사과맛을 매일같이 선물해준다.
"그래, 이사 한번 참 잘 왔다. 프리랜서로 일거리 걱정 없는 4년을 보냈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웃들까지 만났으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아직 한번도 인사를 나눈적이 없지만 사과나무 집 주인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사과나무 한 그루로 수백명의 마을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