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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이야기

제주! 그곳에 가면2 ㅡ삼양동 <맛집올레>

칼칼한 국물, 쫄깃한 흙돼지 

나를   ㅡ불러요

 

발길따라 무작정  걷다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의외의 밥상들과 만나게 된다 .
제주시 신도시에서 삼양행 버스를 타고  오십여분쯤 지났을까. 지도상에 모래가 검은 해변으로 알려진 삼양해수욕장이 코앞으로  나타났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던가 . 눈은 식당 간판을 찾느라 분주하다.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삼양동 삼양초등학교 정류장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바닷가 '삼앙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오십여미터 내려가니  언덕배기에 자리한 음식점 <맛집올레>이 나타났다.

뱃속에서  다그친다.
"맛이  중한게 아녀 . 일단 아점을 먹어야 될 거 아녀?"

무작정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아주머니 직원이 말한다.
"1인분은 흙돼지김치째개 하나 입니다"


물회도 1인분은 가능하다. 하지만 머리는  희끗희끗하면서도  적당히  까다로울것같은 얼굴만 봐도 물회는 좋아하지 않을듯한 선입견이 생겼나보다. 나로서는 아점이기에 밥을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했다. 선택의 여지없이 그것을 주문했다.

제법 넓은 식당에서  최저가 메뉴를 그것도 혼자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나 자신 스스로 마치 눈치보며 밥 얻어 먹는 그런 느낌이다. 그러니  음식맛까지 기대할 겨를조차도 없다.

 


먹어봐야  맛을 안다는 광고카피가  맞았다. 가격으로 보면 물회나 찜에 한참 밀리는 메뉴이니 뭐 별 맛있겠냐 단정지은 것은 순전히 나만의 오산이었다 . 다섯가지 밑반찬과 함께 뚝배기에  끓여나온 흙돼지김치찌개. 국물맛을 보는 순간  '오 ㅡ' 감탄사 저절로 나온다. 칼칼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작게 썰어넣은 돼지고기를 씹는순간  쫄깃한 맛이 뭔가 다르다. 부재료로 들어간 두부와 콩나물도  먹을수록 맛이 당긴다.


맛에 취한걸까 .젓가락질이 서투른 탓일까 . 총각무우를 입으려 넣으려는 순간 그만 찌게 뚝배기안으로 퐁당 빠졌다. 흰바지 흰 셔츠로 나름 멋을 부린 패션은 한 순간 빨간치개국물이 수를 놓았다.

"오  마이 갓! "


물티슈로 대충 닦고 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인아저씨가 물티슈에 퐁퐁을 묻혀다 주신다. 받자마자 무릎 위로 가슴 위로 열심히 문지르는데 이번엔 티슈 몇장을 뽑아다 주신다. 물티슈로 옷이 젖었으니 물기를 제거하라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후  나의 식욕본능은 다시 밥과 찌개를 분주하게 오간다. 집밥의 맛을 높이 평가하는 예민한 내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맛있게 먹어서인지 흰옷에 희미하게 남은 국물자욱엔 관심도 없다 . 그냥 뿌듯함에 젖어있을 뿐.


" 감사합니다 ㆍ 잘 먹었습니다 "
" 사실 그 메뉴 없애려고 했지만 혼자 오시는분들   생각이 나서  차마 그러지못했어요"
" 그렇죠? 하 -하"

주인아저씨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찌개도 맛있었지만 물티슈에 퐁풍을 묻혀 건네주신 그 친절함이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