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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네가 가는 그 길을 응원한다”

네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는 너에게!

 

 

일곱 살 아이의 꿈은 화가였다.

뭔가 그리기를 좋아하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엄마는 스케치북을 한 번에 10여 권씩 구입해 쟁여놓고 맘껏 그리게 했고

중고용품을 파는 곳에서 레고를 한 바구니 사다가 아이가 가지고 놀도록 했다.

 

몇 년간 아동미술과 창의 미술을 배우면서 재능이 드러나는 듯 했다.

유럽 미술을 접하게 해주고자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엔 스페인으로 날아가 구엘공원, 피카소 박물관, 반고흐 전시회를 만나게 해주었다.

 

 

초등학교 6학년 봄!

사춘기가 찾아온 소년은 키가 부쩍 커지면서 예민해졌다. 예술중학교 시험을 앞두고 입시미술학원을 다니던중 잠시 갈 길을 주춤거리다가 입시 두달을 앞두고 나름 노력을 기울였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화가의 꿈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가 싶었다.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영어 수학 실력이 부족해 개인과외 지도를 받을 당시 지도 선생님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형처럼 따르던 선생님의 영향인지 소년은 건축설계로 방향을 바꿨고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명문대는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원하던 건축학과에 입학했고 도시설계를 공부해보겠다는 야망을 갔고 있었다.

 

하지만 웬걸.

한 학기를 다니더니 자신이 추구했던 것과는 맞지 않는단다. 결국 반수를 한 후 지방의 국립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아버지인 나는 이때 알았다. 녀석의 마음속에는 늘 군장교도 건축사만큼이나 한 자리를 차자히고 있었다는 것을.

대학 입학후 첫 번째 목표는 ROTC가 되는 것이었다.

목표가 있었기 때문일까? 1학기 성적은 4.2에 달해 과에서 2등을 했고 장학금도 받았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아들은 이듬해 다시 ROTC 시험 통과에 이어 군장학생 선발시험에도 합격했다. 6년간 장교로 의무복무하는 길이었다.

 

초급장교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 같지 않게 비인기 분야가 된 현실이지만 아들은 기회가 주어지는 한 의무복무를 마친 후에도 지속해서 군 장교로 남겠다는 계획이다.

자식이 선택하고 결정하고 계획하는 인생에 부모가 할 일은 응원뿐이라는 게 나의 신념이다. 아들의 인생은 아들의 것이니까.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의 몫이고 그의 의지이자 열정이니까. 

 

 

지난 2월 28일 학군장교 임관식이 충북 괴산 학생군사학교에서 열렸다. 그날 임관식 현장에서 소위 계급장을 달아주고 처음으로 아들과 악수를 했다.

아버지와 아들로, 육군 병장 출신의 군 선배와 임관소위로.

 

“축하한다.”

 

이제 막 초급장교로 임관한 아들을 보면서 ‘흐믓하다’, ‘대견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더할나위 없이 마음이 흡족하다. 아버지로서, 남자로서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 땅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아들에게 이 말을 전한다.

 

“네가 선택하고 네가 추구하는 길을 걷는 너를 응원한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십년 후, 이십년 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