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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3- 성찰

글은 쓰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요리에서 만개의 레시피(?)를 말하는 것보다도 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게 글이다. 누가 쓰느냐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서 글은 각양각색이며 독자의 공감 또한 천차만별이다.

글쓰기 지도를 하는 입장에서 늘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감정에만 치우친 글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감정을 토로하면서 단지 내면의 불만이나 욕구를 배설하기에만 바쁘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은 힐링이 될 수 있어도 공감과 소통 그리고 문학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 감정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이성의 힘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기를 두고 자기성찰의 하나라고 말한다. 스스로 지나온 그날 그 날의 삶을 돌아보면서 반성도 하고 그 가운데서 깨달음의 시간도 갖는다. 비단 일기만이 성찰의 수단은 아니다. 신변잡기를 글로 풀어내는 큰 틀에서의 경수필은 나를 드러내고 그 속에서 성찰의 시간을 찾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다. 그곳엔 진실과 반성의 인간적인 미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도 시인의 성찰을 읽을 수 있고 소설 또한 작가가 의도하는 이념과 방향 속에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스스로 묻고 깨닫게 한다.

어떤 장르의 글을 써도 좋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그저 주체할 수 없는 자기 감정의 소비를 보여주는 글이나 자화자찬 일색의 말잔치를 벌이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글쓰기의 가치를 나만의 힐링 그 이상의 것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