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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고구마는 순을 심는 거야

56세의 전원일기 - 200505

고구마는 순을 심는 거야

 

 

“오늘 고구마 심는다며 다했어?”

“그럼요. 얼마 안 되니까요. 서른 두 개 심었네요”

“그래. 그런데 고구마는 감자처럼 고구마를 쪼개서 심는 거야?”

지인의 나이는 육십 세다. 농촌 출신이 아니어서 고구마는 감자와는 달리 순을 심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낮에 중국에 파견 근무 중인 친구 또한 톡으로 고구마를 감자처럼 심는 줄 알고 얼마나 심었느냐고 물었었다.

며칠 전 농장에서 만난 순희 언니(농장에서 만난 우리 마을 사는 분으로 농사 멘토다)의 남편이 말했었다. 농사를 직접 지어 보지 않았어도 유년시절 환경이 농촌이었다면 주말농장 하는 데 50%는 먹고 들어간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시골출신으로 늘 부모님이 논과 밭에서 일을 하셨지만 1년에 한 두 번 고추 농사짓는 일을 거든 적은 있었지만 내가 농사를 직접 지어서 수확을 제대로 거둘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열무와 상추 씨를 뿌려놓고 나흘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왜 새 싹이 올라오지 않는지 노심초사하며 날마다 들여다보았으니까.

25일 전 씨를 뿌린 열무는 이제 솎아 줘야할 만큼 자랐다. 상추는 이제 맛 손톱만한 크기로 얼굴을 내밀며 인사를 하는 중이다. 고구마를 심고 난 후 먼저 자란 줄의 열무를 솎았다. 집에 가져와서 물에 씻고 다듬어 놓으니 한 바가지가 된다. 저녁에는 그 열무와 며칠 전 얻어온 상추 그리고 당근 채를 썰어 고추장을 넣고 계란 후라이도 얹어서 밥을 비벼먹었다. 여린 상추와 열무는 그야말로 입에 녹듯 부드럽게 잘 넘어갔다. 봄을 먹는 다는 말, 순수 그 자체의 자연을 내 몸 안에 넣는다는 그 신선함과 즐거움이 미각을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저녁 식탁이었다.

고구마 자체를 잘라서 심는 거냐고 묻던 친구와 지인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오늘은 5월 5일 어린이 날이다. 나는 웃는다. 그리고 소리내지 않고 전한다.

“요즘은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도 감자와 고구마는 어떻게 심는 줄을 아는데. 아이들은 계절에 맞춰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니까. 어휴! 어쩌면 좋냐구요. 육십 다 된 아저씨들이 아이들보다도 자연을 모르니.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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