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인이 된 배우 강수연 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2년 4월 30일 연등회 -종로거리 )
휴일 오후다. 한 시간 낮잠을 자고 일어나 운동 삼아 자주 찾는 뒷산을 올라가기 전에 컴퓨터를 켰다. 갑자기 시간이 멈춰진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배우 강수연이 떠났다는 뉴스는 충격 그 자체였다.
엊그제 무의식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고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했다는 연이은 기사를 보면서 마음 한편으로 그녀가 다시 대중 앞에 돌아오길 간절히 원했건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내 어머니도 그녀와 유사하게 22년 전 어느날 갑자기 뇌출혈로 떠나셨기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멍해졌다.
개봉하는 영화를 기다리면서 즐겨보거나 배우 강수연의 열혈 팬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수연’이라는 세 글자는 나에게 ‘열정적이고 뛰어난 배우’ ‘참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여성’ 이라는 인정으로 다가오곤 했다.
나는 종교가 없다. 다만 불교 색체 짙은 대중가요를 좋아하고 가끔씩 기회가 되면 부르곤 한다. 정태춘의 <애고 도솔천아>를 비롯해 <백팔번뇌>, <탁발승의 노래> 같은 곡들을.
어떤이들은 우중충한 노래를 부른다고 타박을 하기도 하지만 묘하게도 이런 노래를 부르노라면 내 가슴속에서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다시 들끓어오르는 듯하는데 그 순간이 왠지 싫지 않은 까닭이다.
고인에게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원로 소설가 한승원의 원작소설을 영화한 작품이다. 오늘 그 영화 제목의 뜻을 다시 되새겨본다.
‘아제 아제’는 "가라, 가라"이고 ‘바라 아제’ 는 "저 너머로 가라"는 뜻이다.
여기서의 ‘ 저 너머’는 '피안' 즉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 경지를 가리킨다.
<부처님오신 날> 하루를 앞두고 그녀가 떠났다. 55년의 삶을 배우로서 열정적으로 또 탁월한 연기로 그리고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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