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을 보여줄까?
우리의 진심을 전달하는 데 글만한 게 또 있을까?
밤에 쓴 편지는 부칠 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MZ세대들에게는 다소 낯선 문화일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 세대들은 공감이 빨리 된다. 컴퓨터 이메일이나 스마트폰이 소통의 도구로 등장하기 이전 만해도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친구, 스승과제자, 연인 등등 인간관계 소통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40년 전에도 전화는 있었지만 절약을 미덕으로 삼고 살던 시대였으니 도시사람들도 시골사람들도 전화는 간단하게 전할 때나 또는 급할 때만 사용했다.
7080 추억의 그 시절엔 ‘펜팔’이라는 게 있었다. 편지를 주고받으면 이성간 교제를 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니 사춘기 짝사랑을 앓는 중고생들이나 청년기의 연인들 중에는 밤새 편지를 쓴 후 이튿날 아침엔 휴지조각으로 버리는 이들이 꽤 있었다. 아마도 마음 속 모든 진실을 다 쏟아 부었기에 한편으로는 ‘ 내가 왜 이리 유치하지’ 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 감정에 취해 괜한 짓을 했어’ 라는 흔들리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니 올해 나이 60이 된 내 사촌누이와 매형은 그야말로 연애에 대 성공한 케이스다. 고 2때 서울과 부산에 각각 살고 있던 두 사람이 펜팔로 연애를 시작하여 20대 초반에 결혼을 한 후 지금까지 두 아들 낳아 키웠고 이제는 손 자녀를 보게 되었으니까.
글은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다.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지 않아도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그 보다도 더 상대가 전하는 진심이 오간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소설이나 수필을 읽으면서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 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가기도 하고 시를 읽으면서 시인의 마음속에 스스로를 내던지기도 한다. 자가와 독자가 혼연일체 되는 그런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독자가 없다면 작가가 글을 써야할 이유는 무색해진다. 물론 자신만의 문학에 갇혀서 그저 쓰기만 할 수도 있겠지만 설령 자신이 출간을 의도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그의 글이 책이 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글은 작가만 쓰는 게 아니다. 거창하게 문학의 장르로 일컫는 소설, 시, 수필, 희곡, 평론이 아니어도 좋다. 누구에게든지 자신의 진실을 전하고 싶다면 장문의 편지가 아니어도 좋다. 몇 줄 메모일지라도 써서 전해보자. 사무실 옆자리에 앉은 동료에게 봄을 예찬하며 함께 힘내자고 말하는 몇 줄도 좋다. 글을 통해 이루어지는 소통속에는 감동과 행복 그 이상의 것이 숨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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