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꽉 잡고 공존공생을 품다
국내 실버산업은 최근에서야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김종호 대표는 이미 19년 전 실버시장을 미리 내다보고 신우P&C를 창업했다. 지금은 성인용기저귀 브랜드 ‘카네이션’ 제조사로 유명하지만 처음부터 완제품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아이템에 대한 촉은 빨랐지만 완제품 출시엔 뜸을 들였다. 부직포 가공 기술로 위생용 산업용 필터자재를 OEM으로 납품하면서 노인장기요양법 시행 시점을 기다렸다. 2008년부터 시장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업계를 선도하면서 주목받는 CEO가 됐다.
글 박창수 기자
성인용기저귀의 내수 시장 규모는 현재 연간 약 1, 500억 원대로 추산된다. 글로벌 기업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업체가 중소기업이다. 전체 수요 7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요양시설로 이 분야 매출에서는 신우P&C가 자타공인 선두를 달린다. 지난해 전체 매출 214억 원 중 70%를 성인용기저귀에서 일궈냈다.
회사가 위치한 경북 칠곡군 인근 구미시 출신의 김 대표는 자신을 빗대어 ‘이 만큼 일군 것 자체가 감사한 촌 놈’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도 본격적인 시장 경쟁을 향한 긴장은 지금부터 라고 말한다.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가 된다. 성인용기저귀는 이제 환자는 물론이고 고령자들의 필수품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일본은 이미 성인용기지저귀 시장이 아기용 시장을 앞질렀다. 그가 제품의 다양화와 시장 다변화를 꾀할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이유다.
중 단기 목표는 올해 250억 원을 달성하고 2025년엔 500억 원으로 키우는 것. 전체 매출 5% 미만인 수출도 30%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각오다. 앞날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다만 그가 지금까지 펼쳐온 경영전략을 들여다보면 말 잔치로만 끝날 것인지 아니면 샴페인을 터트릴 것인지에 대한 가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장 타이밍과 준비된 경영자의 합작품
국내 노인 관련 의료복지 비즈니스는 2008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장을 맞이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법이 시행되면서 부터다. 공기청정기용 필터 자재와 초배지 생산에 주력해오던 신우P&C가 성인용 기저귀 사업부를 개설한 것도 이 즈음이다. 2007년 12월 사업부 개설에 이어 이듬해 3월부터 ‘카네이션’ 이라는 자체브랜드로 소변용패드 생산을 시작했다.
“때를 기다렸습니다. 당시 노인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글로벌기업의 고가제품을 주문 구입해서 쓰고 있었고 요양원 등에서는 중국산 저가 수입제품에 의존해왔어요. 중국산 품질이 엉망이어서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고품질 대중화를 열고자 했던 의지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터닝포인트였죠. 노인 환자 간병에 꼭 필요하면서도 보호자들의 가격 부담이 없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창업한 지 5년밖에 안 된 중소기업이 자체브랜드로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반 생활용품처럼 온라인 쇼핑몰 판매는 현실성이 없는 제품이기에 더욱 그랬다. 유통분야 경력이 남달랐던 그는 요양시설을 타깃으로 삼고 전문 공급 대리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듬해엔 일본 수출도 뚫었다. 단기간에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브랜드 신뢰력이 증폭되자 요양시설들로부터 환영받는 제품으로 입지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었다.
제아무리 시기적절한 제품일지라도 남보다 빨리 시장 선두주자가 되려면 생산기술력 확보가 필수다. 신제품이 곧 성장의 견인차가 됐다는 CEO들이 꼽는 공통분모 중 하나다. 그 또한 미리 준비된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창업 초기부터 대기업에 기저귀용 부직포와 각종 필터용 부직포를 개발 공급하면서 생산 가공기술을 축적했죠. 이게 바로 사업부 신설 4개월 만에 완제품 생산을 진행할 수 있었던 노하우였어요.”
아이템은 무조건 먼저 두들겨 보고 직접 개발해본 후 결정
‘의심 많은 사람은 큰 일 못 저지른다’는 말이 있다. 더욱이 비즈니스에서는 의심이 많으면 도전의 기회 포착과 창의력 발휘에서 뒤쳐질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김 대표는 ‘나는 의심도 많고 쉽게 결정하지 않는 경영자’라고 말한다.
“사업아이템 만큼은 아주 신중한 편입니다. 사업하는 내내 지켜온 저만의 고집이죠. 제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본 후 품질과 거래처 확보 가능성 그리고 시장성을 꼼꼼하게 따져봅니다. 제품을 만들면서 문제점을 수정하고 업그레이드 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이미 경쟁자에게 한 발 늦죠. 손실비용도 만만찮구요. ”
CEO로서 벤처 정신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으로 강조하는 이유가 뭘까? 그에게는 직간접적으로 실수를 경험하고 실패를 지켜본 이력이 있었다, 30대 시절 잘나가는 통신회사 관리직 중간간부였다. 경영위기로 명예퇴직을 한 후 이직한 회사에서는 관리직을 마다하고 영업을 택했다. 열정을 쏟은 만큼 다양한 경험도 쌓았지만 경영상의 문제로 여전히 비전을 찾기 힘들었다. 그 무렵 지인의 권유로 도산위기에 처한 자동차 에어크리너 회사에 어렵게 모은 돈을 투자했다. 직접 경영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이 또한 6개월 만에 끝이 보였다. 두 아이 공부에 한참 돈이 들어가던 시절이었기에 쓰디 쓴 실수였지만 이 또한 값진 경험이었다는 생각으로 마인드를 긍정으로 돌렸다. 다 정리하고 자신이 정한 아이템으로 본격적인 창업 길에 올랐다.
“귀가 얇아 쉽게 아이템 선택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안 된다는 걸 배웠어요. 중소 제조업체일수록 사장이 제품 생산 기술 노하우가 없으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그러니 아이템 정하고 신제품 내놓는 일에서는 저의 선택과 고집이 남다를 수밖에 없죠 ”
기저귀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 연구개발사업에 적극 참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8년 다기능 Silver care용 위생흡수제품 개발 과제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산업자원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R&D 지원사업 10여 건을 진행했다. 실수와 실패를 최소화하고자 일찌감치 2006년에 기업부설연구소를 만들고 기술 축적을 추진했지만 R&D 비용 부담이 컸다. 모든 개발과제가 신제품개발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기술 중심의 품질우선주의를 실현시키면서 결실을 거두었다. 각종 무기물과 기능성물질(활성탄, 한약재등)을 활용한 기저귀, 생리대, 마스크 등의 위생용 신제품과 기능성이 첨가된 각종 필터를 개발하여 선보일 수 있었다. 19개의 특허권, 10개의 상표권, 디자인과 실용신안 4건도 확보했다. 특히 올해는 정부 R&D사업을 통해 탄생한 율피를 활용한 항균, 소취 기능제품 ‘커네이션 효은’ 6종이 나라장터 혁신장터에 입점되면서 전국 단위 치매안심센터와 지자체의 수의 조달형태 구매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공존 공생 마인드로 추구하는 성장 전략
김 대표는 사훈이자 경영철학으로 공존, 협동, 균형 이 세 가지를 강조한다. 설령 당장 실천하지 않더라도 누가 트집 잡을 일은 없지만 매사에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지는 스타일의 경영자다.
지난해 연말 김 대표는 적십자사로부터 감사장을 수여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왼손이 한 일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정중히 거절했다. 경영철학 그대로 고객과 더불어 살기 위한 일 이었고 팬데믹 상황에서는 더 더욱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었다. 미담은 이랬다. 지난해 봄 대구 경부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던 당시 지역 병상이 모라라서 환자들이 전국 각지로 분산됐다. 이때 서울소재 한 병원이 성인용기저귀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 대표 업체라는 정보만 듣고 지원을 요청해온 것. 두말하지 않고 대량의 기저귀를 전달했다. 이것으로 끝내지 않고 포항, 김천, 안동 등에 있는 병원에도 기저귀를 제공했다. 칠곡 관내에서는 의료기관이 원하는 물티슈를 기부했다. 지난 한 해만 생산납품가 기준 약 3천 만 원어치의 제품을 선뜻 내놓았다.
“사실 우리 지역에서 모셨어야 할 어르신들을 타 지역에서 모셔주었으니 되레 감사한 일이죠.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위급한 상황에서 소중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업하길 잘 했다는 만족감이 생기더군요.”
선행은 어느 날 갑자기 가능한 일이 아니다. 몸과 마음에 나눔의 씨앗이 깔려있어야 한다. 신우P&C에는 ‘카네이션 사랑 봉사단’이 있다. 수 년 전부터 임직원들이 경북지역 내 요양시설들을 찾아가 청소를 비롯한 봉사활동을 하고 기저귀와 물티슈등을 기부해왔다. 직원들 중 “왜 이런 것 까지 해야 하나”라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정작 봉사활동을 다녀와서는 “다녀오길 잘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협동 마인드에 있어서도 그는 직원들에게 말로만 강조하지 않는다. 직접 실천으로 옮긴다. 경북공동브랜드 ‘실라리안(SILLALLIAN)’ 제품을 10여 년 넘게 생산 판매해오고 있다. 50여 참여 회사 제품 중 실라리안기저귀는 인지도에서 손꼽히는 제품. 매출 욕심을 떠나 공동참여에 무게를 두고 아예 지역 대리점 한 곳에 판매권을 일임한 결과 연 7-8천만 원의 매출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타 지역에서도 주문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사내외에서 공존과 협동을 몸소 보여준 대가는 인재파워로 이어졌다. 인력확보가 애로점인 지방소재 기업이지만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전 직원 62명 중 15명이 넘는다, 그 덕에 핵심인력 장기재직 유도를 위해 중진공 경북지역본부가 경북도와 협업사업으로 진행하는 ‘2021년 경북사랑 내일채움공제 지원사업’에 올해에도 6명의 경력자들이 가입되는 혜택도 받았다. ‘함께 의지하며 함께 땀 흘려 먹고 사는 세상’이란 말을 사랑한다는 김종호 대표. 화려한 언어로 포장된 거창한 명언은 아니지만 이런 그의 공존공생의 마인드는 장수기업을 추구하는 CEO들에게 꼭 필요한 경영메시지로 느껴진다.
■김종호 대표의 삶과 경영
이제는 CEO로서 시간적 여유도 있을 텐데 어떤 생각을 많이 하십니까?
사업도 자리매김을 했고 조직력도 갖추었지만 경영자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는 사람 인 것 같습니다. 올해 61세이니 향후 10년은 더 리더의 입장에서 일할 수 있겠지만 막내 직원이 24세입니다. 적어도 그가 60대 중후반까지 회사에 남아 자기 역할을 하고 개인적으로도 안정된 삶을 누리려면 회사에 지속 성장 가능한 힘이 있어야 하거든요. 미래 50년을 어떻게 펼쳐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합니다. 창업자인 저의 몫이라고 여기고 각종 정보를 검색하고 특별한 아이템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CEO에겐 힐링을 안겨줄 자신만의 비타민(?)이 필요한데 어디서 찾는지요?
직장생활 13년에 이어 20여년을 경영자로서 달려왔기에 저 자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필요했습니다. 두 남매가 성장해서 출가했기에 몇 년 전 회사 가까운 왜관에 전원주택을 짓고 그 속에서 힐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씨앗을 뿌려 야채를 가꾸고 로즈마리 삽목으로 소일을 하다보면 자연의 신비한 비밀과 감사함을 깨닫게 됩니다. 요즘 최고의 비타민인 것 같아요.
정부 R&D과제 참여 횟수가 많아요. 선정된 노하우라도 있는 지 궁금합니다.
매번 난감한 질문을 받곤 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사학과 출신이 부직포를 아느냐?”는 식이었죠. 그럴 때마다 “대학 1.2년 때는 일반 선택과목이 많기 때문에 사학 공부에 매진한 것은 2년 밖에 안 되지만 부직포는 유통과 생산현장에서 몰두한 기간이 15년이 넘습니다.”라는 말로 설득했어요. 해당 개발과제는 산업발전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게 전부입니다. 늘 곡예를 하는 기분이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젊은세대들과의 소통이 경영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십니까?
청년 연령층을 ‘MZ세대’라고 하죠. 60대 초반인 저에게는 자식 중에서도 막내나 다름없는 세대들입니다. 그들의 개인주의, 합리주의사고에 공감하면서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고 타인의 눈치 보지 않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보진 않습니다. 창의력도 발휘될 수 있고 개인의 인생 만족도가 높아질 수도 있죠. 다만 기업은 조직입니다. 특히 제조업 현장은 스마트팩토리가 구현된다 할지라도 협동을 기반으로 한 소통이 필수죠. 유아독존식의 사고나 행동보다는 공동의 마인드로 협동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젊은세대들에게 ‘일을 사랑하는 것이 곧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는 정신적 유산을 것을 심어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앞으로는 ESG 경영에 대한 준비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사회가 요구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중소기업들도 따라가야 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정도경영은 꼭 필요하다고 공감합니다. 환경문제 또한 최근 대구경북 생분해협회가 발족되었는데 환경문제를 해결한다는 관점에서 참여하고자 합니다. 다만 자금, 인력, 조직인프라 등이 약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특정기간과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강요하기 보다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도록 정부나 자지체가 지원하는 게 현명하다는 견해입니다. 기업들이 처해있는 현 상황을 충분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감안하여 제도가 실행돼야 한다고 보죠. 제도 운영에서 유연성이 다양하게 발휘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원고는 박창수 작가가 2011년 월간 <기업나라>8월 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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