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퍼를 아시나요?”
여행!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고 심장이 뛰는 소리가 빨라진 듯한 흥분감이 느껴지는 언어다. 코로나19 앤데믹과 함께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여행이다. 그동안 국내 지방 명소나 제주도로 몰렸던 여행객들의 발길이 해외로 향하면서 항공권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지난 2년 반 가까이 해외여행을 할 수 없었던 여행 마니아들에게는 항공권의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요즘 내 마음 속 한구석에서는 ‘더 나이 들기 전에 여행을 자주 다녀야 하는데’ 하는 욕심과 바람이 교차한다. 나 몰라 할수 없는 집안 일도 있고 본래 직업인 밥 벌이 일도 현재진행중이니 올 해 안에는 해외여행이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에 구체적인 계획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일지라도 해외여행을 가게 된다면 좀 색다르게 여가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다름 아닌 우퍼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이다.
‘우퍼(wwoofer)’란 영어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국내에서는 그리 일상화된 용어가 아니기에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이들도 적지않을 터이다. 우퍼란 ‘유기농 농장에서 일을 돕는 사람’을 말하는데 좀더 쉽게 풀어서 말하면 농촌의 농장에서 하루 네 시간, 한 나절은 일을 돕고 농장측으로부터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주변 여행도 하고 힐링을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본래 우퍼는 비영리단체로 전 세계 150여 개 국가에서 1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 우프(WWOOF)라는 조직에서 생겨난 용어다.
우프(WWOOF)는 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의 약자로 1971년 영국에서 시작돼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 일본 등으로 확산된 비영리단체다. 어느 나라에서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농사일을 돕는 사람을 ‘우퍼’ 그리고 이들이 노동한 대가로 숙식을 제공하는 농장 주인은 ‘호스트’라고 부른다. 코로나 팬게믹 이전의 경우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호스트는 약 12,000곳, 우퍼는 15만 명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나라에 대표부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우프코리아’가 있으며 이곳에서는 농장을 선발해 관리하고 교육하는데 현재 국내 우프 농가는 00여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혹자는 젊은층이 해외로 나가 일을 해서 돈도 벌면서 여행이나 공부도 겸하는 ‘워킹 홀리데이’를 연상시킬 수도 있다. 우퍼가 워킹홀리데이와 다른 것은 이 방식과는 우퍼활동은 워킹홀리데이처럼 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취업의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프는 유기농가와 자원봉사를 결합한 세계적 시민운동으로 무엇보다도 비화폐 교환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우퍼는 하루 반나절 일손 돕기 정도만 하고 호스트인 농장에서는 숙식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철저하게 지킨다.
우퍼를 갈망하거나 실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들 중엔 귀농 귀촌에 관심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유기농산물 재배법도 익힐 수 있고 국경을 뛰어넘는 다채로운 농촌 체험이 된다. 게다가 교통비만으로 여행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로서는 큰 돈 안들이고 힐링 여행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되니 마음만 먹으면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 가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우퍼들을 보면 과거에는 젊은층이 많았는데 최근엔 40~60대 중장년층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우퍼 경험은 없다. 다만 머지않은 날에 꼭 하겠다는 간절함이 있다. 시민운동을 위해서는 결코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내 유년시절을 도시와는 먼 농촌인 고향에서 10여년 이상 살았고 그곳에서의 경험과 추억이 여전히 내 몸속에서 살아 숨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고향땅에 가까운 친척이라도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가서 우퍼처럼 지낼수도 있겠건만 장년층 노년층이 되면 고향은 그저 어린 시절의 고향모습으로 각인돼 있을뿐 현실은 다르다. 농촌인구의 감소로 마을마다 빈집이 많아졌고 고향일지라도 모르는 낯선 얼굴들이 더 많아졌으니까. 더 솔직히 말한다면 농촌체험에 해외 각국의 문화체험과 힐링까지 챙기고 싶은 나름 욕심 때문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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