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탄진에 사는 외사촌들을 만났다. 외삼촌 장례식때 봤으니 20년이 더 흘렀다.
"못난이 태수야! 어느새 머리에 흰머리가 ...얼굴은 달라졌는 걸..이뻐졌구먼 "
"누나는 그대로인데..., 몸은 좀 불어나셨네. 보고 싶었어요"
벌써 48년이 지났다. 열한 살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를 따라서 외갓집에 갔더니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외사촌 누이 둘이 내려와 있었다. 엄마는 내게 누나들을 따라 서울에 가도 된다는 엄청난 선물을 하사했다. 마침 작은 누나가 외사촌 누나들이 자취하는 곳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 기차를 탔다. 충북 청원에 있는 매포역에서 아홉시 넘어 출발한 느림보 기차 비둘기호는 영등포역까지 경부선의 모든 간이역을 들리더니 새벽이 돼서야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순자누나는 사촌이지만 친동생 마낵둥이처럼 나를 살갑게 챙겼다. 며칠동안 누나들의 자취방에 있는 동안 처음으로 노점 에서 파는 핫도그를 먹어봤다. 방망이처럼 큰 그것은 어찌나 맛이 있던지. 떡볶이와 오뎅도 먹었던 것 같다. 인근에 기거하던 사촌 대진이형은 목욕탕에 데려가 촌놈의 땟국물을 말끔이 빼주기도 했다. 아직도 나는 그 시절 사촌들의 사랑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새 나는 나이 60을 누나는 70을 앞두고 있다. 각자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뒤쳐질수 밖에 없는 초스피드 IT시대를 살고 있지만 사촌간의 끈끈했던 애정을 지울수가 없다.
엄마에 대한 책을 쓰는 중이어서 외사촌 누나와 형에게 당신들의 고모 목단씨에 대한 기억을 주문했다.
"고모는 그 시절 어떻게 그렇게도 세련됐는지 몰라. 참 똑똑한 분이셔.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그런 분이셨으니까"
"말하면 뭐해. 우리 마쟁이 고모는 정말 난 분이었어. 말 한다디를 해도 도시 엄마들 못지않게 시대를 앞서 있었고 정도 많고 말도 잘하시고..."
함께 차를 마시고 교외 음식점에서 마백숙을 먹고 누님이 운영하는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부르면서 우리는 소리없이 멀어져간 오랜 세월을 다시 소환했고 사촌간의 애틋한 정을 재확인하는 시간을 나누었다.
"순자누나! 홍진이 형! 어제는 정말이지 엄청난 마음속의 잔치같은 날이었어요.
우리 오래오래 건강하게 만나자구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역시 우리 어머님 목단씨는 멋진 조카들까지 두신 그런 분이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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