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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지만 다시 기억으로 돌아가는 만남

 

스물 일곱살 막내 기자는 좋아하는 작가가 있었다. 그 작가의 책을 두 세권 읽고 나서 그의 언어와 문장에 이끌렸다.

그리고 그를 찾아갔다. 

 

 

 

 

33년전 여름, 서울 도봉구 우이동의  언덕배기에 있는 한 한옥집에서 만난 그는 소설가 한승원 선생이었다. 

그저 작가의 작품에 매료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인지도가 높던 중년의 작가는 흔쾌히 허락을 했고 

세상물정은 물론이고 문학의 깊이 또한 일천한 소설가 지망생 기자는 그저 감사하고 감슴 벅찬 일이 었다.

십년이 세번 지났다. 

작가의 딸도 소설가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 신문기사를 통해서였다. 15년쯤 된 것 같다.

 

 

그 후 몇년 지나 딸 한강 소설가가 맨부커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했고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20여년 전  문화재단에 있는 후배가 한승원작가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의 작품을 번역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안타깝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만 해도 사람 냄새 거칠게 풍기는 전라도 사투리를 제대로 번역할수 있는 번역가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채식주의자 , 소년이 온다 , 흰.... 

 

한강 작가의 작품은 송곳같은 언어, 가슴 찟는 언어, 무미건조하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 간결하고 건조한 문장 등 다양한 고통, 슬픔, 암울함 등이 버무려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그의 작품들은 번역하기로 따지자면 아버지의 작품보다는 한결 수월하겠다 싶은 느낌이었다. 

 

나는 한강작가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인터뷰를 한 적도 없다. 

이틀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노벨문학상 소식을 접했다. 여전히 문학지향주의자임을 자청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나라에  문학사에 정말 좋은 일이 생겼다는 생각과 함께 감사하고 기쁘고 즐겁고 또 아버지와 딸 두 작가 모두 존경스럽기만 하다.  

한국문학의 내일에 희망의 신호등이 켜진 2024년 가을은 부녀작가의 작품으로 더없이 풍성한 계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