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피가 산다
거실 한 가운데 깔린 원형 러그 위에 놓여진 항아리 뚜껑 속에 구피가 산다.
스무 마리가 훨씬 넘는 녀석들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한곳으로 몰려든다.
밥을 달라고.
저들 먹을 것에만 혈안이 된 놈들이 때로는 얄밉기도 하고
또 때로는 멍청해 보이기도 하지만
쉬지 않고 항아리 속을 유영하는 녀석들에게서
내 삶의 하루하루가 생기를 찾는다.
그래 그럭저럭 불편하지 않은 동거다.
너희들과 나는.
인간도 물고기도 먹기 위해서 사는 건지 살기위해서 먹는 건지
늘 그것이 현실의 물음표가 아니던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0세, 나에게 85세 제자가 있다 (4) | 2024.11.29 |
---|---|
시월의 마지막 밤 제자들의 공동수필집 출간기념회 (5) | 2024.11.01 |
아주 오래된 이야기, 하지만 다시 기억으로 돌아가는 만남 (8) | 2024.10.12 |
“어쩌다 한번은 유난스러워도 괜찮아” (2) | 2024.06.22 |
"나는 행복합니다" (0) | 2024.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