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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60세, 나에게 85세 제자가 있다

60세, 나에게 85세 제자가 있다

 

 

“변00 회원님! 원고는 주로 언제 쓰시나요?”

“대중 없어요. 잠이 안올 때 낮에 시간이 될 때 쓰죠”

“이번 원고는 문장 구성의 테크닉적인 요소까지 들어갔네요. 훌륭하십니다”

 

 

부천의 A지역에서 일주일에 한 번 85세의 어르신을 만난다. 수필작법 교실에서다. 올 봄 배우자와 사별 후 무료함과 허전함을 달래고자 책을 읽고 글쓰기에 도전했단다. 글쓰기가 혼자서 지속적으로 하기 힘들어져서 한동안 딸이 대신 여기저기 강좌를 알아보았는데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파트 단지 앞 횡단보도를 걷다가 맞은편에서 펄럭이던 ‘글쓰기 수강생 모집’이라는 현수막을 보고 등록을 했다는 것이다.

두달 후 어르신은 당시의 심정을 한편의 수필로 썼다.

 

“...,등록을 하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야말로 환호성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서울대에 입학한 기분이 이런 것일까 싶었다.”고

 

 

 

어르신은 일주일에 한 편씩 작품을 쓰시고 나는 첨삭지도를 한다. 그리고 강의시간에 다른 수강생들의 작품과 함께 감상하고 토론하고 수필작법과 관련해 수강생들이 유의해야하는 언어습관, 문장구성법, 글감 찾기 등등에 대한 강의를 한다. 수업시간 내내 어르신은 수험생 못지않은 긴장감 도는 눈빛으로 메모하고 또 질문도 한다. 직감으로 보건대 2년 후에는 자서전 한 권 펴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야말로 열정이 대단하다.

변 어른신 말고도 내겐 매주 목요일 오전에 B지역에서 만나는 또 한분의 85세 제자가 또 한 분 있다. 고향이 신의주로 8.15 광복 후 서울로 내려온 실향민 안00 어르신이다.

올 초 수필교실 제자가 된 어르신은 초등학교 시절 겪은 전쟁의 참상과 슬픔, 고향에서의 추억, 전쟁 후 서울에서의 삶 등등 인생 역정을 자서전 한 권으로 펴내고 싶다면서 작정하고 글쓰기에 뛰어든 분이다. 넉넉잡고 3년 내에 반드시 한 권의 책을 엮을만한 원고를 쓰겠다는 각오다.

어르신은 시니어 모델 못지않은 건강과 매사에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패션, 그리고 매너를 중시한다. 그런 남다른 카리스마만큼이나 글쓰기에도 진심이어서 한 해가 끝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어느새 20여 편의 글을 남겼다.

매주 두 어르신을 각각 다른 곳의 강의에서 만나지만 이 두 분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건강, 어른다움, 열정 이 세 가지다. 이는 나만이 아니라 함께 수업에 참여하는 시니어 수강생들이 하나같이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점이다. 두 어르신을 제자로 삼고 지도를 하는 나 또한 두 분이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그들의 글쓰기 스승인 나는 인생의 스승인 그들에게서 배운다.

 

“건강은 스스로 지켜라.”

“열정과 목표과 있는 한 나이란 없다.”

“어른으로서 존경받으려면 모범이 되어라”

 

다시 한번 나에게 묻는다.

 

“25년 후 너는 85세가 되었을 때 네가 하고 싶은 그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