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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편의점에서 텃밭의 꿈을 이루다

간절한 소망  텃밭을 가꾸다

 

 

 

6년 전 고양시 외곽의 작은 마을에 자리를 틀었다. 서민층 빌라단지가 반달형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네는 공기 좋고 조용한데다 대로변에 초등학교까지 있어 아이들 웃음소리까지 들을 수 있으니 마치 50여년 전 내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라고나 할까.

 

직업 특성상 집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아서 낮시간엔 틈틈이 산책도 하고 산에도 오르며 마을 어귀에 있는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키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웬걸. 이듬해부터는 주말농장이 옥수수밭으로 바뀌면서 임대가 불가능해져 해마다 봄 여름이면 ‘가까운 곳에 텃밭 한 평 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혼자서 텃밭 타령을 했다.

 

소원을 빌면 이루어지는 걸까? 집에서 불과 오십여미터 거리에 있는 ‘세븐일레븐’편의점 옆에 10여 평의 공터가 있는데 그곳엔 늘 풀만 자라고 있었다. 지난 3월 점주께 텃밭을 가꾸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거절 당한다해도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보는 얼굴이기에 말을 꺼내기까지는 수십번 고민을 했을 만큼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50 초반의 성격 좋은 점주는 내 말을 듣자마자 흔쾌히 그렇게 하란다.

 

“행여라도 누군 허락하고 누군 허락하지 않고 그런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그동안  텃밭으로 내주기가 쉽진 않았어요. 그래도 000님은 여타 문제 일으킬 분이 아니라고 생각되거든요.  원하시면 한번 해보시죠. 그나저나 흙이 농사 짓기에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마치 내 땅을 몇 백평 구입한 것 그 이상의 짜릿한 전율이 행복으로 이어졌다.

일단 다섯평 정도의 공간에 거름을 구입해다 뿌리고 삽으로 땅을 파헤쳐 흙을 고르고 싱추, 고추, 토마토, 호박, 오이, 들깨 모종을 사다 심었다. 그리고 열무와 시금치는 씨앗을 뿌렸다. 시금치는 씨를 잘 못뿌렸는지 시원찮게 드믄드믄 새싹이 올라왔지만 열무는 제법 줄을 맞춰가며 잘 올라왔다. 하루 한 번씩 텃밭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생겼다.

 

 

농사 기술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현대 농법을 실시하지 않아서일까.  상추 모종은 절반 이상이 죽고 오이와 호박 모종도 생육 상태가 영 시원찮다. 멀칭을 하지 않은데다 비료도 뿌리지 않았고 여기에 올 봄 온도차가 심한것도 악영향을 준 것 같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어느새 열무가 솎아내야할 만큼 자랐다는 것. 또 토마토와 고추는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들깨도 이제 땅힘을 받았는지 잘 자랄 것 같은 기색을 드러낸다.

 

오늘 열무를 솎아냈다. 솎아 낸 열무 반은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서 점심 식탁 위에 내놓았다. 자연의 냄새가 몸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남은 열무 반은 내일 점심에 고추장을 넣고 맛있게 비벼 먹어야겠다. 전원속에 사는 남다른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간이다.

 

“편의점 사장님! 감사합니다. 지금 저는  금덩이를 끌어 안은 그 이상으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