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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선생님과 연락이 안돼요

박쌤 실종사건

 

 

아침 여덟시 경 눈을 떴다. 오늘따라 해도 뜨지 않고 하늘이 우중충하니 눈꺼플도 한없이 내려앉는다. 전날 후배들과 늦ㄷ게까지 술을 마신터여서인지 몸이 개운하지 않아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눈을 뜬 시간은 열 한시가 다 돼서다.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열어보니 여러 곳에서 온 카톡문자가 줄을 서 있다. 총무 명희씨로부터 온 ‘무슨 일 있으신지요?’라고 묻는 카톡, 단톡방에 원고 검토받은 사람이 있냐는 전 총무였던 순겸님의 카톡, 카드회사에서 보낸 결재확인 문자, 마케팅 톡 등등. 게다가 순겸님으로부터 전화도 한 통 와 있었지만 취침 중이거나 작업 시엔 무음으로 해놓는 게 일상이기에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사태를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 순간 새로운 문자가 도착했다.

 

“선생님 별 일없는가요? 연락이 안돼서요.”

 

 

 

혼자 사는 나에게 무슨 문제라도 발생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이쯤되면 가만히 있을 일이 아니다. 먼저 순겸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별일 없다고. 다음은 총무에게 같은 문자 톡을 보냈다. 순겸님은 뭔 일 생긴가 싶어서 실종신고라도 낼 참이었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보아 하니 그 사이에 정인자씨를 비롯헤 다른 회원들에게도 전화를 하여 어제 오늘 나와 연락한 사람이 있는지 수소문을 했나 보다. 원미동 제자 여러 사람이 오전 세 시간 동안 긴장상태에서 나의 생사여부를 걱정한 듯 싶다. 독거노인 사망률 증가와 함께 사망 후 방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한편으로는 죄지은 듯 미안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걱정해주는 제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사건의 발단은 원고 첨삭지도였다. 매주 화요일 오전까지 수강생들의 원고를 메일로 받으면 늦어도 수요일 아침까지는 원고를 살펴보고 수정과 첨삭을 하여 다시 메일로 보내는 식이다. 하지만 왠걸 이번 주는 화요일 아침까지 독후감 한편과 총무의 수필 한 편만 도착했다. 한 주에 최소 서너편은 도착하기에 내 딴에는 늦게라도 오는 원고까지 몰아서 수요일 오후 한꺼번에 첨삭을 할 작정이었던 것.

원고 검토 회신도 의심의 단서였지만 또 한가지 지난 일주일 동안 내가 회원들 단톡방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 보통 주 한 번 정도는 원고 관련 공지사항을 올리거나 집안의 꽃이 핀 식물 사진 또는 새롭게 만든 음식 사진을 올렸는데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 오전까지 너무 조용하니 걱정을 더 키운 듯 싶다.

형제와 자식이 있어도 함께 살지 않으면 잦아야 한 달에 한 두 번 안부 전화를 하고 지내는 시대이니 1인가구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건강과 무사 안녕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 또한 그중 한 사람이니 어찌 보면 비자발적 민폐가 아닐 수 없다.

사건이 종료된 후 총무와 전화통화를 했다.

 

“선생님! 혼자 사시니까 전화나 카톡이 안되면 여간 걱정이 아닙니다. 연락 두절 시 비상연락처라도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러게요.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이제는 저희 누님이나 친구 연락처라도 알려드려야겠네요. 앞으로는 여러분들에게 현상수배범(?)이 되는 사달을 만들진 말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하 하”